고갱은 반 고흐, 세잔과 함께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로 인정받는 화가이지만, 세 사람 모두 당대에는 세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들이 활동한 시대는 르누아르, 마네, 드가, 모네 등이 일으킨 인상주의가 성행하였고 쇠라와 시냐크를 축으로 점묘 기법과 신인상주의가 새롭게 각광을 받을 때였다.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는 과학적 발전이 반영되어 기법이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사실주의의 연장이었지만, 사실 묘사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대상이 주는 ‘내면의 울림’에 대한 표현을 우선한 반 고흐나 고갱의 그림은 매우 낯설고 서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당대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고갱은 근대 회화에 수많은 길을 열어주었다. 단순하고 굵은 윤곽선과 넓고 평평한 색면의 강렬한 조화는 1890년 이후 널리 보급된 아르누보를 예견하였고, 비사실적인 색채로 그림을 구성한 점은 마티스를 비롯한 야수파로 이어졌다. 게다가 유연한 형태와 목판화 같은 거친 질감은 표현주의로, 이성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세계와 무의식적 직관에 기대려는 경향은 초현실주의로 흘러 들어간다. 이처럼 고갱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물론 먼 이국 땅에서 고독하게 탐구했던 그의 예술론을 편지와 저술로 담아낸 이 책은, 독자에게 그의 천재성을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