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고아
청춘을 통과하면 어른이 아닌, 비로소 ‘나’가 된다
김형경 소설의 압도적인 세계의 서막을 알린 [단종은 키가 작다]는 모두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첫 번째 소설집이기도 하다. EBS 교재의 예문으로 실릴 정도로, 단편소설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20대의 김형경 소설과 독자들이 열광한 이후 김형경 소설의 숲을 이룰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단종은 키가 작다"는 영월 단종제를 배경으로 규격화된 빈껍데기 축제가 강요하는 가치에 대한 탄식을 통해 권력의 편의주의와 획일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 밖에도 노동운동권 청년들이 택할 수밖에 없는 강요된 청춘의 기로를 서술한 "돌의 사랑"이나 다른 살림을 차린 아버지로 인한 부성 부재의 모티브를 형상화환 "민달팽이", 교육 현장에까지 뻗쳐 있는 권력과 자본의 촉수를 무력한 교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동절 작용", 동료의 부당해고에 맞선 잡지사 기자들의 농성 과정을 그리며 집단의 논리와 개인의 윤리를 맞세우는 "태풍주의보" 등 획일화된 이념과 힘의 논리에 편히 머물 수 없는 자의식과 회의에 찬 개인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는 김형경의 이후 작품 행로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자, 실험성과 대중성에 매몰돼 오히려 독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요즘의 소설과 대비해, 잊었던 소설의 품격이란 무엇인가를 환기하게 하는 ‘어제로부터 건네진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