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평화로웠다면 예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진리는 고통을 감내했을 때 얻을 수 있다.”
이재연 신작 에세이
난봉꾼인 아버지, 남편에 대한 증오를 자식들을 향한 광적인 사랑으로 푸는 어머니, 독단적인 오빠, 혼자만의 공간에 갇힌 폐쇄 성향의 언니…. 작가 이재연의 가족사에는 그의 고향 바다 선창가의 밤처럼 침울하고 스산한 바람이 분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저자는 이들 사이에 놓인 여러 관계의 계곡들 사이를 넘나들며 성장한다.
고향 목포 선창가를 떠날 때 희망했던 ‘바람風’은 어쩌면 언젠가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귀착지의 평온함을 바라는 ‘바람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중의성이 이 책의 제목 『바람의 항구』에 숨어 있는 저자의 인생이다.
“아픈 세월 속에서 신음이나 슬픔이 공기처럼 나를 에워쌌다. 병은 끝 모를 절망의 컴컴한 바닥으로 나를 끌고 간다. 그러나 그 병의 고통은 고통으로 쉽게 끝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병에 걸리듯, 희망이나 환희의 얼굴도 어느 순간 불현듯 스친다. 고통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은, 영혼이 깊어지는 것은 신의 섭리인지 모른다.” (_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