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142 안주철 시집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 있다』를 펴낸다. 200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근 8년 만이다. “해야 하는 일에 구멍이 뚫리면 여유가 생긴다. 조급해지지만 그것도 여유다”라 밝힌 시인의 말을 짧아서가 아니라 되새김이 깊어서 여러 번 읽고 본다. 보니 들린다, 그의 시심이. 들리니 열린다, 그의 시세계가. 체념이 있고 단념이 있다. 부푼 생각을 오롯이 다 껴안은 마음이 제 전부를 탈탈 털어낸 뒤고 싹둑 끊어낸 뒤여서일 거다. 움켜쥔 자의 품은 좁고 덜어낸 자의 품은 넓다. 그게 ‘여유’라는 말로 다 수렴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열리는 백지 가운데의 빔 속에서 투명한 시의 어느 의자에 앉아서든 읽는 우리들은 호흡을 가다듬을 수가 있다. 그러면 에둘러보게 되는 것, 내 사는 안팎이 혹여 허공이라고 해도 손으로 휘휘 저어보게 되는 것, 그렇게 보이는데 안 잡히고 안 보이는데 잡히는 것만 같은 ‘착각’으로 시간의 흘러감을 배우고 “더이상 나이를 먹지 않아도/될 것 같은 생/이제 죽어도 산 것과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후회할 것도 없는 생”(「내가 나에게 묻는 저녁」)이라 나를 두고 보게 되는 것, 그게 우리가 시로 삶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여하간 그 과정을 참도 쓸쓸히 참도 짠하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안주철의 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