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도롱뇽과의 전쟁>을 읽고 카렐 차페크의 현실 비판 정신과 더불어 그의 유머와 해학에 크게 반해버린 터라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을 모두 섭렵하려고 마음먹었다. 그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은 <별똥별>, <호르두발>, <R. U. R-로숨의 유니버셜 로봇>, <원예가의 열두 달> 그리고 <작은 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 등이 있었다. 이 중에서 <R. U. R-로숨의 유니버셜 로봇>과 <작은 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읽을거리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동화작품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우선 제목도 예쁜 <작은 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부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6개의 동화 - “어느 의사 선생님의 길고 긴 이야기”, “어느 경찰 아저씨의 길고 긴 이야기”, “작은 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 “집 없는 떠돌이 이야기”, “집배원 아저씨 이야기”, “물도깨비 이야기” -가 실려있는 동화모음집이다. 어렸을 때 내가 주로 접했던 다른 나라 동화에는 유독 왕과 왕비 혹은 왕자와 공주가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내가 어느 나라 공주님이기를 꿈꾸기도 했고 어디선가 백마 탄 왕자님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카렐 차페크의 동화에는 의사나 경찰, 집배원, 떠돌이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징인 것 같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물도깨비’가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나라 민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와 거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동화 중의 하나인 “작은 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는 우화라고 할 수 있는데, 조금 소개해 본다. 오래 전에 새들은 날지를 못했는데, 천사의 알인 별똥별을 품고 나서 천사가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황새가 이 알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긴 다리로 잡았는데 너무나 뜨거워서 다리가 빨갛데 데였고 이를 식히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가서 지금도 다리를 식히고 있고, 그 다음은 거위가 뒤뚱거리며 걸어와 알을 품었는데 배를 크게 데어 물에 들어가 배를 식히고 있고... 여하튼 모든 새들이 모두 와서 차례로 알을 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 알에서 껍질을 깨고 천사가 태어나게 되었는데, 닭만은 알을 품지 않아서 날 수가 없다는 간단한 이야기인데, 실제 새들의 행동을 이야기에 잘 버무려 동화를 만든 기발함이 돋보였다.

이 책에는 이야기와 함께 삽화가 곳곳에 곁들여 있었는데, 이것들을 그린 사람은 다름 아닌 카렐 차페크의 형이자 화가인 요제프이다. 카렐 차페크의 어린 시절 옛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외할머니 덕택에 문학적인 풍토에서 자랄 수 있었고, 형 요제프 차페크와 함께 희곡을 썼으며, 누이인 헬레나도 소설을 발표하였다고 하니 어린 시절의 좋은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준다.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이기도 했던 그의 작품을 검색해 본 결과 이 밖에도 훨씬 많았지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알려진 것이 매우 적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좋은 작품들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아니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운이 좋게 번역된 극히 일부의 작품마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번역가, 출판사와 더불어 우리 독자들의 편협적인 책 읽기에 대해 반성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