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더는 누추하지 않은 사뿟한 고백에 관하여
여기,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여섯 글자가 있다. 『여성의 글쓰기』는 지난 십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꾸준히 글쓰기 훈련을 해온 저자 이고은의 한때는 면구스러웠던, 그러나 더는 누추하지 않은 사뿟한 고백을 담은 책이다. 고립되고 옹졸해진 마음들이 잔뜩 날이 선 채로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겨누는 반지성의 사회에서 이고은은 자신의 뭉근하고 끈질긴 경험을 토대로 존엄함을 지키는 첫걸음으로서의 글쓰기에 관해 말한다.
책은 “나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는 절절한 크기의 첫 문장으로 독자를 맞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관절 무엇이며, 우리에게 이 고역의 행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다른 무엇도 아닌 ‘여성의 글쓰기’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스스로 ‘알파걸’이라고 믿었던 이고은은 남성 중심적인 크고 거대한 질서 아래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버텼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경험하며 무너지고 만다.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겪는 소외와 배제, 차별로 인한 고통을 그제야 피부로 느끼게 된 까닭이다. “인간이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완전한 성찰을 얻을 수 없는 한계적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책의 문장들은 태어났다. 『여성의 글쓰기』는 혐오와 소외의 시대,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언어를 찾는 여정에 함께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