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아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명작을 향항 지적이고 우아한 접근법
이탈리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술평론가 필리페 다베리오는 이 책에서 자신만의 완벽한 박물관을 짓고, 그 안에서 서양 미술사의 명작들을 재구성한다. 그는 아직도 우리가 19세기 방식으로 그림을 본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루브르 박물관이나 우피치 미술관에 인파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앞에서, 보티첼리의 〈봄〉 앞에서 단 몇 초 동안 눈도장만 찍고 나오기 일쑤다. 하지만 『상상박물관』은 그림을 보는 시각 자체가 얼마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할 수 있는가를 명쾌하게 보여주며, 그림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어느 한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박물관은 그림을 보는 공간인 동시에 우리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무대이다. 이 책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시각 예술 소모주의 현상에서 벗어나 좀 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임을 보여 준다. 총 12개의 공간 속에서 저자는 각 공간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움직인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은 그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상상하는 이상적인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박물관의 중앙 홀에서부터 도서관, 침실, 부엌, 예배당 등에 이르는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답사하면서, 그는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베리오가 『상상박물관』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명작을 다시 배치하는 것이다. 박물관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나누고, 그 공간의 특성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모아서 보는 것이다. 그림을 본다는 행위에 공간이라는 개념이 들어오고, 그에 맞게 재배치되는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이 책이 가진 독특한 지점이다. 상상 속의 공간이란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하고, 그것은 곧 자유분방한 해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