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사라져간 기억에 대한
혹은 유령 같은 ‘희미한’ 사람들에 대한 오늘날의 회상
『개미, 내 가여운 개미』는 작가 류소영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두 번째 소설집은 여전히 부적응자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이 말해주듯 작가의 시선과 문장은 더욱 내밀해지고 단단해졌다. 부적응자의 연대는 관계에서 소외받은 희미한 사람들의 서글픈 연대 의식으로 첨예화되었고, 유령 같은 존재들을 호출하는 방식은 그로테스크하고 날카롭게 그려져 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한 유령 같은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소설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개인의 고유성이 상실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류소영은 소외된 개인을 호출하고 다시 복원해내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은 아주 담담하지만 보고 있으면 우리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표제작「개미, 내 가여운 개미」를 비롯한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폭식증을 앓고 있는 여성, 큰 체구에 어색한 몸매를 가졌으나 개미처럼 위축된, 신중한 몸가짐을 한 그녀의 흔적을 더듬는「개미, 내 가여운 개미」,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차림을 강박적으로 고수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옷 잘 입는 여자」, ‘입안에 빨대 많이 꽂아넣기’ 종목에 출전하는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을 담은「기록」, 자신에게 걸려오는 유령 같은 전화의 목소리를 통해 전화번호의 전 주인 ‘강미현’의 정체를 이모저모 추리해가는「기억할 만한 지나침」등 우리의 일상을 류소영 특유의 문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