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가 선술집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돼지 껍데기 안주 삼던 술병들이 쓰러질 때쯤” “눈발 날리는 산정은 점점 희미해져 자취를 감추었다”(「목이 마르다」)는 김순란 시인.
김순란 시인의 시의 행간에는 ‘작은 빛의 반려’가 있다. 촛불이라는 침묵하고 있는 존재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을 찾는 외로운 몽상을 하고 있다. 시인의 내적 심리는 ‘외부적 요인을 대신하는 심리적 기제’, ‘타자로부터의 단절감’, ‘이방인 의식’, ‘자기 경험의 무질서에 대한 방어기제’, ‘환상과 사실 사이의 모호한 스탠스’들을 통해 투사되고 있다. 더욱이 친숙한 대상을 낯설게 하여 일정한 거리두기를 통한 ‘소외 효과’도 얻어내고 있다.
우리들은 어쩌면 부조리한 상황에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안위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달콤한 불쾌감’, “아롱아롱 피어나는/ 나른한 아지랑이”(「우려낸 찻물은 누가 마실까」)에 취해 길들여지고 낯익은 것들로부터 친근성을 빼앗기고도 오히려 시간에 대한 자유의 분방함을 만끽하고 있다.
목마름에 지쳐 주저앉아본 사람만이 발밑 땅 깊이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들은 ‘안위의 성곽’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낯익은 것들과의 친근성을 빼앗기고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두 시인의 시적 고뇌에 대한 이야기로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고독한 불꽃이 몽상가의 고독을 깊게 하고 그의 몽상을 위로한다고 한다. 불꽃은 고립될수록, 어두울수록 더욱 빛난다. 그리고 그 불이 꺼졌을 때의 잔영도 고립될수록 어두울수록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