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 날카로운 핀이 되어 문학을 긁을 때
비로소 울려퍼지는 잡음과 울음, 그 모든 축음(蓄音)
문학평론가 양윤의의 두 번째 비평집 『앨리스의 축음기』가 ‘민음의 비평’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첫 번째 비평집 『포즈와 프러포즈』를 출간한 이후 7년 만이다. 하나의 키워드로 비평가가 한 시기 동안 써 온 비평에 색깔을 부여하는 ‘민음의 비평’ 시리즈의 열두 번째 테마는 ‘잠재성’이다. 양윤의는 작품 속에 작가가 작품에 담고자 한 것, 혹은 부러 담지 않은 것, 담지 않았기 때문에 담긴 것들을 읽고자 한다. 그 작업은 흡사 축음기에 올린 레코드로 핀을 떨어뜨리는 일, 공백을 긁어 소리를 내는 일과 닮았다. 레코드 위로 핀을 조준하면 소리를 품은 고요한 검은 판은 묵묵히 돌다가 핀이 닿는 순간 소리를 낸다. 양윤의는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이 이와 닮아 있다고 믿는다.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도 좋지만, 그 속에 섞여 드는 유령의 울음 같은 잡음을 읽어 내는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비평이 쓰여졌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