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파시즘 망명문학의 최고봉
나치 치하의 독일을 가로지르는 인간 군상의 파노라마
《제7의 십자가》는 ‘반파시즘 망명문학의 최고봉’,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안나 제거스 서사문학의 절정으로, 그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제거스는 분단 이전의 독일 문학에서, 그리고 분단 이후의 동독 문학에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7의 십자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설치한 강제수용소, KZ를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KZ는 나치 독일이 공산당원, 사회주의자, 민주주의자 등 나치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을 일반 국민으로부터 고립시켜 말살하고, 나아가 전 국민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국내외에 설치한 감옥이다. 나치 돌격대나 친위대는 수용소로 끌고 가 강제 노역을 시키며 기한도 없이 구금하고 살육했다.
소설 속에서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일곱 명의 사람들, 즉 노동자 게오르크, 공산당원 발라우, 외환 범죄자 보이틀러, 지식인 펠처, 곡예사 벨로니, 농부 알딩거, 상점 주인 퓔그라베는 공산당 간부요 제국의회 의원인 투사 발라우를 제외하고는 투쟁적이거나 영웅적인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던 보통의 독일인들이었다.
또한 소설에는 주인공 게오르크의 탈주가 그려지는 동안 100명 이상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역시 일반 민중으로서 이념적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역사 기록물과도 같은 부분 부분을 통해, 당시 독일인들이 나치 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왜 그들 중 일부는 나치주의자가 되고 또 일부는 체제에 저항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히틀러의 독일로부터 온 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이처럼 나치 치하의 생활상과 그 이데올로기적 뿌리를 들추어낸다. 독일의 추락 원인으로 그녀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복지와 권리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 본래의 충동이 파시즘에 조종당하면서 자유롭게 방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배신과 억압에 바탕을 둔 비인간적인 나치 체제에 대해 제거스는, 꺾이지 않는 저항만이 평화롭고 정의로운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