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 퓰리처상 소설 부문 수상 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첫 단편집
번역가 안정효의 손길로 거듭나다
오랫동안 흑인 문학은 인종주의와 차별 철폐만 부르짖는 문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노예제라는 미국적 경험을 지울 수 없는 탓에 그 주제를 천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의 족쇄를 깨고 문학적 성취를 일구어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발표한 소설집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탁월한 관찰과 빈틈없는 스토리텔링, 사실적인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10개의 단편을 엮은 『외치는 소리』는 흑인 공민권운동기가 끝물이던 1968년 발표되었다. 흑백 갈등이 첨예한 나머지 집단의 거센 목소리만이 두드러지던 시기에, 소외당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나지막이 실린 『외치는 소리』는 그래서 더 눈길을 끌었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이 소설집에서 집단이 아닌 개인을 관찰한다. 세상을 알아가며 점차 인종적 죄의식을 내면화하는 흑인 아이, 달라진 시대의 낯선 가치들에 적응 못하는 늙은 흑인 웨이터, 뒤늦게 동성애적 정체성을 깨닫는 청년, 사랑의 거듭된 실패에 신념을 저버리는 흑인 여성 등등.
하나같이 사회라는 큰 흐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일상과 고뇌는 타자가 보기엔 소소할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겐 생존을 입증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여느 일상도 잔뜩 긴장을 품고 있으며, 일상이 인종적 고민 이전에 인간적 고민과 포개어진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이처럼 긴장된 일상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느리지만 분명히 번져가는 균열의 순간들을 소설에 세밀하게 담아낸다.
맥퍼슨의 소설은 종래의 흑인 문학 전통을 벗어난다. 거칠고 직설적인 음성보다는 재기 있게 넌지시 건네는 음성이고, 타자에게 외치기보다는 냉정함을 되찾으려고 자신에게 읊조리는 다독임에 가깝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반전성을 갖춘 단편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 헨리의 전통을 따르고,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관찰자로서 누추한 현실의 세밀화를 냉정히 그리면서도 온기를 남긴다는 점에서 마크 트웨인의 전통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