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과 너의 말이 뒤섞인 거울의 말
깨진 거울을 조각조각 이어 붙이듯 그려 낸 비참하게 아름다운 모자이크화
자기 언어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해 온 박판식 시인은 그 누구보다 세계에 대해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에 실린 50편의 시들은 깨진 거울 조각처럼 예리한 감각을 보여 주면서도, 깨진 거울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만든 아름다운 모자이크화처럼 색색으로 반짝인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거울’이다. 박판식의 시에서 거울은 단순한 이미지나 상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의 정서를 지배하고 시의 구조를 떠받치고, 시의 발화되는 방식까지 침범한다. 시집 곳곳에는 ‘깨진 거울’이 등장한다. 그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거울로 흉터 난 얼굴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나 “깨진 거울로 조각난 표정을 맞추는 놀이”에 가깝다. 마치 깨진 거울을 조각조각 이어 붙이듯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연결시키면서 한 편의 모자이크화 같은 시적 풍경을 만들어 가는 방식. 그것이 박판식 시의 발화 방식이며 문법이다. 「성(聖)서울」, 「아이리스」, 「전락」이라는 시는 같은 제목의 시가 나란히 두 편씩 실려 있다. 마치 거울을 마주한 듯 꼭 같은 제목의 시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세계의 균열을 인식하고 체험한 자의 목소리로, 거울을 바라보며,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당신과 어울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