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빙고판 위 너무 작은 빙고들의 비극적 삶
단편 「뱀꼬리왕쥐」를 발표하며 등단,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등을 통해 너무나도 평범한 인물들의 절박한 삶을 환상적 서사로 전해주었던 작가 염승숙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너무 큰 나라와 너무 작은 시민 혹은 국민이 직조해낸 ‘빙고의 세계’ 속에서 작가의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SF적 상상력으로 치환되고, 이로 인해 너무도 평범해 시선을 줄 수 없었던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 그 경계를 넘나드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 자신이 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작가의 말마따나 “이 거대한 사회의 아주 사소한, 그러나 끝없이 팽창해가는 어떤 균열에 관한 이야기”로 형상화된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국정원 사건’이나 ‘댓글 알바 사건’의 알레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SF 추리물의 형식적 쾌감을 선사해주는 한편, 2000년대 세대들만의 아픔과 사랑과 헤어짐과 상처를 새롭게, 그러면서 절절하게 전해주는 후일담 소설 형식을 통해 드라마적 감동 또한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