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게 해주는
작지만 묵직하고, 쉽지만 심오한 목판화
담백한 그림과 명징한 성찰이 담긴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시대정신을 이끌어온 예술가 이철수의 신작 판화집이다. 데뷔 그간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민중판화부터 종교적 수행과 깨달음을 담은 구도판화에 이르기까지, 자본과 물질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심신을 곧게 일으켜세우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그가 40주년을 앞두고 그간 모아두었던 소품 연작을 책으로 묶었다. 마음 가는 대로 그리고 새긴 ‘작은 판화’들이다. 작가의 일상과 밀착되어 있는 이 작품들에는 판화가 이철수가 독자에게 청하는 가장 내밀하고 소탈한 대화가 담겨 있다.
판화집은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맑은 마음에 비친 삶’에는 이철수의 예리한 성찰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노동과 자본, 환경 문제를 조목조목 짚으며 인간의 오만과 탐욕을 경계한다. 바깥세상에 현혹되던 마음을 스스로 가눌 수만 있다면 삶을 능동적으로 일궈나갈 수 있게 된다는 귀중한 진리가 다양한 소재와 장면으로 표현된다. 2부 ‘사물에 깃든 생각’에는 평범한 사물들이 이철수의 시선을 거치며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이 나타난다. 사방으로 트여 모든 시선을 받아들이는 사방탁자, 투명해서 제 속을 다 보여주는 유리병, 불을 켜면 자연히 일렁이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호롱, 누군가에게 오롯이 기댈 자리를 마련해주는 의자 등등 작가의 삶의 공간에 놓인 소박한 멋을 지닌 물건들이 깊은 사유의 단초로 등장한다. 3부 ‘일상이 곧 수행’에는 이철수 자신이 화자로 등장할 법한 판화들을 모았다. 작가가 사는 동네 풍경, 가족과 이웃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일상 풍경이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매일매일 다양한 사람과 스쳐가고 인상 깊은 장면을 발견하는 작가가 핍진한 생활 속에서 얻게 된 깨달음이 정겨운 그림과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