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밤낮없이 죽을 것처럼 일만 하던 남자, 오기사
그가 사랑에 빠져버렸다
빨간색 하이바를 뒤집어쓰고 있는 캐릭터와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오영욱. 그는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사실, 그가 하는 이 세 가지 일은 교묘하게 맞물려 있다. 여행을 다니며 본 도시와 건축을 그림으로 그리고, 책으로 묶는 작업이 벌써 여섯번째다.
하지만, 이번 책은 달라도 아주 다르다. 오기사 인생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벌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연애’였다. 이 남자, ‘책’으로 프러포즈를 하겠다고 한다. 주말도 밤낮도 없이 일만 하던 지독한 그가, 심지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를 위해서라면 일요일엔 일을 하지 않겠어.”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오기사로서의 다분히 인간적인 면모를 그의 일기장 훔쳐보듯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보통의 연애가 그렇듯이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이 낄낄 새어나오기도 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깊은 고민이 뭍어나는 속내에 자못 숙연해지기도 한다.
서로의 취향 위에 자신의 취향을 겹쳐 쌓아가고, 인간적인 유대감을 다져나가는 장면장면들이 두 사람의 지나온 시간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뒷부분에 등장한다. 바로, 오기사가 제안하는 ‘함께 가고 싶은 도시 리스트 100’이 그것이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유명한 대도시들은 물론이고, 핀란드의 만타 베트남의 다낭 등 세계지도 구석구석에 있는 작은 곳까지 아우른다. 각 도시에는 왜 그녀와 함께 가고 싶은지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는데, 유적 및 건축을 볼 수 있는 곳, 그 자체로 휴양지인 곳, 개인적인 추억이 어려 있는 곳 등 그 의미도 제각각인 이 99곳은 우리의 삶의 터전인 100번째 도시, ‘서울’과 어우러지면서 강력한 의미를 띠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