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행했던 도시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도시에서 알았고 만났던 남자들이 생각나." 서른번째 여름, 그녀는 여행을 떠났다. "나의 문제"는 뭘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삼십대 초반이 된 그녀는 이제 많은 것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권하고 친구들이 충고하는, 남들 사는 대로의 삶을 살기는 싫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어떤 날은 생각 없이 무작정 떠나기도 했다. 몇 번을 떠난 여행지에서 남자를 만났고 사랑을 했고 섹스를 했다. 인연은 이어지기도 했고 이어지기 않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결론은 쉽게 났다. 좋아하는 것은 책, 여행, 섹스. 그녀는 글을 썼다. 자신이 떠난 13개국의 여행지와 13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후에 누군가 여행했던 도시에 대해 묻는다면 그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도시에서 알았고 만났던 남자들이 생각난다"고. 책에는 작가 김얀이 여행지에서 만난 도시와 남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방콕에서 온몸에 문신을 그린 남자를 만난 일, 몽마르트르에서 만나 서울까지 이어졌던 인연,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알 수 없었던 의문의 남자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너"까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하며 침대 위에서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써나갔다. 책에서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야기 어딘가에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내가 보였다"고 말한다. 이 글을 쓰며 심연의 어딘가를 서성이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낯선 여행지의 낯선 침대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한번은 외로웠던 경험이 있었던 독자들 또한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여행을 떠났고 수많은 당신들과 만났으며 이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한 여성의 솔직한 여행기는 이지러진 바람들이 어느 한 곳에서는 다시 만나리라는 바람과 동시에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도 결국 아무도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녀가 쓴 글이 그의 프레임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걸음을 따라 이야기는 한 남자의 카메라 프레임에 담긴다. 김얀의 자취를 따라 이병률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다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녀의 솔직하고 대담한 글 위에 이병률 작가의 사진이 불투명한 필름처럼 한 겹 겹쳐진다. 그가 카메라에 담아온 이 은밀하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이야기의 해설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더 깊은 여백을 마련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끔 한다. 이것은 책 속에서 따로 또 같이하는 이야기다.
저자소개
글 김 얀 한겨레 hook [김얀의 "색, 계"], Lstyle24 패션웹진 snapp [색콤달콤한 연애] 등에 고정적으로 섹스칼럼을 썼으며, 잡지 allure 등에도 여러 칼럼 등을 기고했다. 패션 N 채널 사심연구소에 출연한 바 있으며, 현재는 MBC 퀸 채널 QueeN"s 9에서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사진 이병률 시인. 여행작가.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