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오늘의 선불교는 본래의 인도불교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동아시아적 특성을 강하게 띤 독자적인 불교이다.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풍미한 선불교는 그 출발이 농민과 전란에 쫓겨 떠도는 유민(流民), 유랑승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견문과 사려의 알음알이(지해知解)를 배격하고 직관에 의한 돈오를 강조했다. 이는 번쇄한 논리의 귀족불교와 교학불교에 대한 대항이며 사회사적으로는 봉건 군주 체제에 맞서 평등과 자유를 추구한 정치적 혁명을 종교라는 틀을 빌어 표출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당 말, 송 대에 이르러 사대부 등의 선불교 대거 수용에 따라 문인선(文人禪)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그 원초적 뿌리인 단순성과 과격성, 평민의식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선불교의 핵심을 이루는 당송 대의 거물 선사 등 어록과 범백의 전등을 밝힌 등록(燈錄) 등에 나오는 선문답과 법문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 선의 본래 모습을 살펴보고자 했다. 선의 경우 중국의 선불교가 곧 한국의 선불교이다. 신라 말 고려 초의 구산선문(九山禪門) 개산을 통한 한국의 선불교 전래부터가 모두 중국 선사상 등의 법맥을 직접 이어왔고 선불교의 경전 격인 조사 어록이나 등록도 중국 선불교의 것을 그대로 받아 써왔다. 현재 한국불교 선방에서 수좌들이 들고 참구하는 화두도 모두 100% 중국 조사 스님들의 화두이다. 따라서 이 책이 중국 선불교 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오랜 역사와 오늘의 현실로 볼 때 선불교는 중국과 한국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가 없다. 중국 고대의 구어와 방언까지 원어를 예시, 설명한 것은 지금까지도 한문 원전을 그대로 읽어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였고 특히 선사상의 원초적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