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과 귀를 빌려 만나는 가을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가을은?
아이들이 찾아낸 ‘시로 가득 찬 가을’을 아이들 눈과 귀를 빌려 만나 봐요. 외로운 단풍잎의 동무가 되겠다는 지휘. 자기 키만 한 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예원이. 지그시 가을 나뭇잎을 밟아 보는 재원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홍시 맛에 감탄하는 준혁이. 가로등보다 더 밝은 보름달과 그런 달을 알아봐 주는 시영이 밝은 마음.
여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어떻게든 따뜻한 가을 햇살을 찾아내고 맙니다. 스스로 따뜻하고 정겨운 한 편의 시가 되어 세상 곳곳의 작은 ‘시’들을 만납니다. 어두운 코로나도 ‘덕분에’의 눈으로 보는 희원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님을 알고 있는 하연이. 공부 좀 못해도 자기만의 꿈을 놓치지 않는 민식이. 줄 지어 가는 개미 식구들 속 따뜻한 세상을 알아보는 진숙이.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했는지 잘 알고 있는 종호. 피곤한 아빠를 일찍 재워야겠다는 아홉 살 준현이.
이런 아이들이 있어, 아직은 견딜 만한 세상. 이런 아이들을 품고 있어, 아직은 살 만한 세상. 『올챙이 발가락』 2020 가을호를 읽으며, 우리도 한 편의 시로 거듭나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