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손녀가 쓴 90대 할머니의 치매 일기
할머니의 마지막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는 20대 손녀가 90대 치매 할머니를 직접 돌보며 쓴 2년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텔레비전 앞에 방치된 할머니에게 새로운 취미를 찾아드리려 하고,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에게서 의미 있는 언어를 얻기 위해 말을 걸고 귀 기울인다. 마카롱이라는 낯선 외국 과자를 작게 잘라 입에 넣어드리고, 습관적으로 텅 빈 밭에 나가는 할머니 곁에서 잡초를 뽑으며 언제 사라질지 모를 할머니의 일상을 지키려 애쓴다. 때론 할머니의 낡은 생각에 화를 내기도 하고, 고된 돌봄노동으로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저자는 할머니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며 얼마 남지 않는 할머니의 시간을 기록한다.
며느리를 착취하기만 하는 것 같은 할머니는 70년 동안 남편의 부모와 형제, 자식과 손자를 돌보며 그 ‘당연한 노동’의 폭력을 감내한 희생자였다. 또한 할머니의 피해자인 줄만 알았던 엄마는 올케가 아픈 어머니를 돌보지 않자 비난을 서슴지 않는 가해자가 된다. 저자는 가정 안에서 감당하기 힘든 치매 환자 돌봄이 어떻게 여성에게 흘러드는지를 이야기하며, 전통적 가족의 여성들이 돌봄을 중심으로 피해와 가해를 주고받는 현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할머니를 어리석은 병에 걸린 노인이 아니라, 한 시대를 용감하게 살아낸 여성으로 명명하는 저자의 글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