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대표 이야기꾼 박흥용이 선보이는 대한민국 현대사,
그리고 국가의 의미에 대한 지독한 고찰!
돌팔매질을 잘한다고 해서 석전리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 그곳에서 어느 날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정신이상자가 되어 돌아온 봉석이 삼촌이 총에 맞아 살해당한 것. 사람들은 헛소리만 하는 봉석이 삼촌이 살해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도 금세 그 사건을 잊고 만다. 봉석이 삼촌이 간직한 비밀을 알고 있던 유일한 인물 경희. 6.25 전쟁이 발발하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경희는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일본군이 숨겨 놓은 엄청난 양의 군량미를 찾아 떠난다. 봉석이 삼촌의 비밀이란 바로 군량미를 숨겨둔 장소였던 것. 마을 사람들은 식량을 찾겠다는 목적을 위해 경희를 따르면서도 여러 편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씩 규칙을 만들고 토론을 벌이며 공동체를 이루어 간다. 이 때 군량미를 노리는 또 다른 무리들이 경희 일행을 공격하고, 이들은 돌팔매질을 이용하여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대한민국 만화계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만화가 박흥용이 10여 년의 기다림과 산고 끝에 『영년』으로 돌아왔다. 그가 오랜 기간 침묵하면서 준비한 화두는 바로 ‘국가’이다. 생존 앞에 모든 가치가 무너진 상황, 국가와 공동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스스로가 스스로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조국의 해방을 통해 기존의 사회가 해체된 상태에서 전쟁이라는 삶의 해체 과정에 내던져진 50년대 대한민국의 변방, 석전리 사람들을 통해 만화가 박흥용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박흥용은 “내가 원하는 국가는 이런 것인데 당신이 원하는 국가는 무엇입니까?”라고 촌스럽게 작중 인물들의 입을 빌러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 그의 주제 의식은 시골의 촌부들이 던지는 농담 같은 한 마디와 주인공들이 느끼는 분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그러한 주제 의식은 거듭되는 반전과 정교한 복선이 만들어 낸 흥미진진한 서사를 통해 독자의 머리가 아닌 희로애락의 감정을 통해 받아들이게 된다. 뛰어난 재주를 지닌 두 주인공의 경쟁 구도, 쫓고 쫓기는 가운데 일어나는 긴박한 싸움과 액션, 살짝 가슴 뛰게 만드는 로맨스까지 만화의 재미 요소가 종합 선물 세트처럼 가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