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살 만하다고, 살아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얼마나 편한 세상이냐고, 티비 속에서 신문 속에서 전단지 속에서 무수한 광고 카피는 그렇게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실현되지 못할 희망사항일 뿐, 그야말로 가상현실일 뿐, 실재의 세상은 전혀 다르다. 현실의 삶은 오히려 고달프고, 살아 있음은 무수한 슬픔과 불행을 견디는 일에 가깝다.
권애숙의 신작 시집 『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들』은 그런 실재의 삶을 보여준다. 사는 일이란 게 “바닥이 되는 일”이고 “걸음마다 이마를 짓찧어 피멍이 되는 일”(「사는 방식」)이고, 삶의 이력이란 게 “핏물이 발라붙은 등가죽”을 쩌억 뜯어내는 일이고, “금 간 평생”(「벽의 이력」)을 쩌억 뜯어내는 일이라 하고, 안타깝지만 “희망은 섣불리 리셋되지 않”(「꽃 지는 밤」)는다 한다. 그게 실재의 삶이라 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고립되고 소외된 개인들이 어떻게 이 삶의 고단함을 견뎌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