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꽃과 눈이 마주칩니다. 길에서 담벼락과도 눈이 마주칩니다. 보도블록하고도 눈이 마주치고요. 나뭇가지에 앉은 새하고도 눈이 마주칩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휙 지나가고 횡단보도 신호등이 휙 지나가고 간판들이 휙 휙 휙 지나갑니다. 바빠요! 바빠. 돌아보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눈을 마주칠 사이도 없이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 모두 다르지만 누군가를 만난다는 일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중에서 어린이 친구를 만난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겠지요.
이 동시집은 길에서 눈이 마주친 꽃과 나무와 새,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아파트, 가족들 강아지와 시장풍경을 좋아하는 맑은 눈을 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눈 맑은 아이!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짝반짝 보석이 되고 털실처럼 뭉쳐져서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딱, 우리 발 앞에서 멎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햇살이 우리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