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주년을 맞아 기획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시대는 1950년부터 3년간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임진왜란 때부터 명과 일본은 조선을 분할하고자 했고, 20세기 초 러·일전쟁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 비록 역학관계의 유동성과 가변성 때문에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가 언제나 분쟁의 초점 지역이었고, 열강들이 쉽게 나눌 수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은 새삼 우리를 놀라게 한다.
시기적으로 한반도 분할이 처음 논의되던 시기부터 파고들었다는 점에도 강점이 있지만, 이를 규명하기 위해 저자가 활용한 방대한 자료의 양에서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420년 전의 역사는 문헌사료와 금석문을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한국 문헌은 물론 일본 문헌과 중국 문헌을 모두 섭렵하였고, 19세기와 20세기 초 자료는 일본·러시아의 외교문서 등을 골고루 활용하였다. 특히 38선 획정을 비롯한 전후 한반도 처리 구상은 미국이 주도하면서 소련이 반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내셔널 아카이브 기밀문서, FRUS, 대외관계협의뢰 문서, 국무부 자료, 작전국 문서, 미공간 매뉴스크립트 등을 활용하여 기존 자료의 자의성과 가공성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러시아와 일본의 자료도 섭렵함은 물론 교차 비교를 통해 사실의 왜곡과 재해석의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이 역사적 사실의 옳고 그름의 평가보다는 객관적으로 사실을 바라봄으로써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역사적 교훈을 구하고자 한 것도 이러한 방대한 사료 비판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