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급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대표적인 소급법은 5.18특별법이다. 5.18특별법은 협소한 처벌적 법률이자 제한적인 국민에게만 적용되던 소급법이었다. 그러나 5.18특별법이 2010년 개정되면서 일반적인 처벌적 법률이자 우리 국민 전체에게 적용될 수 있는 소급법이 된 것이다. 5.18특별법은 헌정질서파괴법과 함께 시간과 영역을 초월한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어떻게 살아났고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하며 우리 국민을 공격하는지, 또한 어떻게 헌법파괴세력이라는 존재를 찾아내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이 법개정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5·18특별법 제2조는 위헌인 소급입법이 아니라 헌법 제84조의 해석에 따른 확인적 입법이라는 [헌법 제84조 해석론]을 버리고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한 기간’이라는 법문을 삭제함으로써 5·18특별법 제2조에서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으로 규정된 ‘1993년 2월 24일 까지의 기간’은 아무 이유도 없이 입법부가 마음대로 정한 기간이 되어버렸고, 입법부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과거로 소급효를 발생하는 위헌법률을 제정한 것이 되었다. 5·18특별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소급법으로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문제는 과거에는 ‘5·18진압자들’을 주된 규율대상으로 하는 협소한 처분적 법률로 인식되던 것이 2010년의 개정으로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모든 헌정질서 파괴범죄 행위에 적용되는 폭넓은 처분적 법률로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법학계는 형법 제1조 제1항을 ‘원칙’으로 그리고 형법 제1조 제2항을 원칙에 대한 예외로 설정하였으나, 이러한 통설의 ‘형법 제1조 해석론’은 제1조 제1항이 원칙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행위시법과 재판시법이 다를 경우 이들 가운데 어느 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통설’, 이제는 ‘정설’로 굳어진 형법 제1조 해석론은 형법 제1조 제2항에 신법우선주의, 경한 법 우선주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법 우선주의 등 온갖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 듯이 보였으나 그 결과 ‘원칙이 예외보다 예외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