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향재로 향하는 정원에서 붉은 매화가 봉오리를 틔우는 것을 본 그날,
매화를 바라보려 했는데 그가 본 것은 혜였다.
아마도 그날 홍매를 보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예정된 운명을 전혀 몰랐던 때엔 그저
오랜 시간 함께 있어 의식하지 못했던 아이일 뿐이었는데…….
“저는 언제까지 나리를 모시고 싶습니다.”
늘 제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던 혜가
처음으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을 때, 그는 답할 수가 없었다.
윗사람에 대한 그 순수한 마음에 자기가 갖고 있는 욕망이 너무 불결하게 느껴져서.
하지만 혜야.
아직 꽃이 피지 않았으나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던 그 암향(暗香)이
나는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구나.
그날부터 난…….
“네가 깨지 않을까 두려웠다. 네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널 내 손에서 놓을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