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영화를 보고, 똑같은 음악을 듣고,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똑같은 기계로 통화를 한다. 각자의 개성은 없어진 지 오래다.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어떤 문화를 구매한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지금 현재 유행하는 것들을 빠르게 획득해야 하고, 과거의 것들은 신속하게 버리고 잊어야 한다. 가능한 한 자주 옷장과 가구와 벽지와 외모와 습관을,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바꾸도록 유도하는 소비시장은 적당한 가격, 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문화의 요구에 복종하도록 길들인다.
우리 시대 가장 명석하고 영향력 있는 사회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행의 시대』에서 유동하는 현대사회의 문화를 되짚어보고 있다. 문화는 이미 소비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유행에 종속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의 기치 아래 온 인류가 공유하는 똑같은 문화는 결국 초국적 자본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상품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국민이자 보살펴야 할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고객이 된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특히 새롭고, 더 강하고, 아직 충족되지 않은 욕구와 충동 같은 것들은 들어설 여지도 없는 완벽하고 완전하며 결정적인 만족감에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오늘날의 문화가 영원히 충족되지 않을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만 상품을 진열하는 대형 백화점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바우만의 글을 읽다 보면, 이 유동하는 현대사회의 문화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