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기의 시 세계는 희망, 사랑, 가족, ‘첫’ 같은 안정적인 디딤돌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이번 시집의 도처에 ‘그대’ ‘아버지’ ‘어머니’ 등과 이웃들에 관한 언설은 북적인다. 그의 시는 소박하고 작위성이 제거된 문장을 구사한다. 그만큼 진솔한 마음이 드러나고 감정의 절제를 통해 삶의 중요한 양상을 포착한다. 입영전야의 아들과 소주잔을 나누는 모습이나, 노루목 언덕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음식을 눈앞에 두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의 풍경 또한 생활세계의 서정을 가능한 한 담백한 화풍으로 그려 보여주려는 그의 시적 면모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