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빵을, 다른 손에는 펜을 든
아가씨-시인의 탄생
2014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심민아 시인의 첫 시집 『아가씨와 빵』이 ‘민음의 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아가씨’라는 호칭이 불려 온 맥락을 거부하며 ‘아가씨’의 자리를 새로 쓴다. 시인이 그리는 아가씨는 낭만적 사랑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아가씨도,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말괄량이도 아니다. 묵직한 빵을 한 손에 든 노동하는 아가씨다. 도시에서 마주하는 삶의 누추를 꾸밈없이 바라보며 “산 것 특유의 구린내가 나는” 일상을 성실히 가꾸어 나가는 아가씨. 그는 일상의 어려움을 초식 동물의 부드러움으로 무찌르고, 삶의 부조리에 식물의 싱그러움으로 투쟁한다. 그의 스텝은 절룩일 때조차 씩씩한 모습이다. 이 아가씨-시인은 “우울한 사람들이 모여 차 한 솥”을 나눠 먹자고, 함께 “깨지지 않는 밤”을 보내 보자고 손을 내민다. 노동하는 아가씨에게, 세상의 모든 ‘휴먼 빙’들에게.
한국어판 ⓒ 심민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