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관계’ 즉, ‘외교’는 고구려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이다. 고구려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하여, 서ㆍ북쪽은 대륙, 남쪽은 반도, 동쪽은 바다와 접해 있었다. 고구려는 선진 국가였던 고조선과 부여의 터전에서 이들 문화를 초석으로 삼아 주변 여러 나라와 투쟁하고 교류하며 성장해왔다. 오늘날까지 전하는 고구려의 유적과 유물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북방 유목국가, 멀리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고구려의 국제성 및 개방성을 드러낸다. 또한 이는 고구려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외관계가 차지했던 비중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고구려 후기 대외관계는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국제관계가 맞물려 상호 연동하며 전개되었다. 이 책은 고구려의 ‘내정(內政)’과 ‘외정(外政)’을 상호 연동시켜 바라봄으로써 각 시기별 고구려 안팎의 모순관계가 어떻게 귀결되어갔는지 검토했다.
고구려 후기 대외관계사는 그동안 자료의 특성상 대백제ㆍ신라관계와 대남북조관계, 수ㆍ당전쟁을 중심으로 논의가 집중되었다. 최근 들어 고고자료가 축적되고 다양한 연구시각에서 유연, 돌궐, 거란 등 북방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접근함으로써 상당한 연구의 진척을 이루었다. 다만, 개별ㆍ분산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까닭에 체계적인 이해 틀을 갖추는 데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더욱이 대외관계 기록을 좀 더 명확하고 균형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내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부분적인 언급에 그쳤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고구려 후기 대외관계사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를 시도한 첫 번째 책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