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이웃 도시
근대 문학 기행
『어제 그곳 오늘 여기』는 소설가 김남일이 가까운 나라의 여러 도시를 여행한 기록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베트남의 사이공과 하노이, 중국의 상하이와 대만의 타이베이, 일본의 교토와 도쿄와 오키나와, 그리고 서울. 저자는 스스로 이 글을 ‘기행문일 수도, 독후감일 수도, 또 어쩌면 몽상의 기록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땅 위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영락없이 글 속으로 이어진다. 혹은 거꾸로, 글 한 자락을 따라 걷기 시작한 걸음이 시간도 공간도 뛰어넘어 금세 지금의 그 도시로 내닫는다. 감정이, 욕망이, 사상이, 시대가 담기는 문학은 ‘도시’가 그러하듯 이미 그 자체로 공간인 셈이다.
김남일은 뇌리에 깊이 박인 문학 작품을 지도 삼아 도시를 걸었고, 문학을 이룬 사람들, 그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났다. 후대 사람의 한 가지 권한으로 시대와 무대를 종횡으로 엮으면서 실재했던 사람들, 결코 남 같지 않은 작품 속 인물들을 끄집어낸다. 『어제 그곳 오늘 여기』는 그 안에 품은 풍성한 작품들과 더불어 또 하나의 행선지가 되고 지도가 된다. 담백한 목소리, 땅과 가까운 눈높이 덕분에 뚜벅뚜벅 제 발을 믿고 걸어간 여행자 김남일의 발자국은 믿음직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