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자유로운지,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은 모른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
마음산책 실비아 플라스 리커버
마음산책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과 소설 『벨 자』에 새 옷을 입혀 내놓는다. 실비아 플라스는 여덟 살 때 [보스턴 헤럴드]에 처음 시를 실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과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여성에게 억압적이었던 당대 미국 사회 속에서, 실비아 플라스는 삶의 틈새로 밀려나오는 슬픔과 고통을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인지하여 이를 언어로 녹여내었던 시인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생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예민한 영혼이기도 하다. 반세기 전, 실비아 플라스가 사회의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듯 써 내려갔던 글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공감과 울림을 준다. 여성에게는 여전히, 더욱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가 필요하다. 여전히 실비아 플라스의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은 실비아 플라스의 전 남편이자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스가 편찬한 것으로, 1956년부터 1963년까지 실비아 플라스가 쓴 시 224편을 순서대로 정리했으며, 1956년 이전에 쓴 습작시 50편까지 실렸다. 실비아 플라스 생전에 출판된 시집 『거대한 조각상』과 사후에 출판된 시집 『에어리얼』과 『호수를 건너며』 『겨울나무』에 수록된 시들은 물론, 그가 발표한 모든 시가 수록되었다. 언어를 조탁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한, 야심찬 문학가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81년 출간된 이 책은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시 부문에서 작가 사후에 출간된 책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지금까지 유일하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는 남성적 폭력성에 대한 저항으로 자주 설명된다. 실제로 몇몇 시에서 그는 의사와 간호사로 자처하는 이들이 시적 화자를 익명화하고 개성을 몰살해 무기력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절과 “아빠, 아빠, 이 개자식, 나는 다 끝났어”와 같은 구절이 연결되어 실비아 플라스의 페미니즘적 성격은 더욱 짙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여성’ 시인으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의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길 바랐다. T. S. 엘리엇 다음으로 영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미국 태생 시인인 실비아 플라스는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영미시 역사의 한쪽에 자리하고 싶은 욕망을 품은 시인이었다. 그는 습작 시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서구의 여러 시 형식을 실험하며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고대 신화와 고전 작품을 차용하며 자신의 작품이 이들의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하지만 신화와 고전으로 대표되는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접합하려 하며, 이 둘이 맞붙을 지점을 찾는 것을 자신의 몫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