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사 전문사가가 서술한 교황과 교황권에 관한 최근까지의 역사
지난 3월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1세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의 전임이었던 베네딕토 16세가 역사상 단 한 번의 전례밖에 없었던 자진 사임을 전격 발표함에 따라 선출된 새 교황이었다. 266번 째 새 교황. 예수의 제자였던 베드로가 1대 교황(64/67년)이었으니, 교황좌의 역사는 그로부터 2,000여 년 동안 존속해 온 것이다. 베드로부터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까지, 그 긴 시간을 지나온 파란만장한 “역사”를 “역사학자”인 호르스트 푸어만이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을 도서출판 길의 ‘역사도서관·교양’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책으로 소개한다.
오늘날의 교황 선출 방식은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에 제정된 것으로, 말 그대로 피로 물든 역사의 산물이다. 교황사는 신의 의지의 역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로마 교회와 그 주변부의 세력 구도의 산물이자 교황들의 역사로서 끊임없이 변천의 과정을 거친다. 600년 만의 자진 사임과 교황의 출신 지역들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카노사의 굴욕이나 아비뇽 유수 또한 그 역사적 배경과 함께 서술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를 교회의 관점이 아닌 중세사 전문 역사학자인 저자가 계몽적 관점에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역사서는 특별하다. 루터라는 교회 분열자를 배출한 나라인 독일의 학자이면서 개신교 신자인 저자가 서술한 교황의 역사이기에, 상당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교황의 역사에 대한 책들 가운데는 개신교 신자들이 쓴 작품들이 더 많았다. 대표적으로 레오폴트 랑케의 것이 그러한 예다. 게다가 2005년에 나온 이 책은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으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최근까지의 교황사 관련서이다. 그것을 역시 교회사를 공부한 역자가 우리말로 충실히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