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너머 건너온 이방의 신체감각
강남옥 시인의 신작 시집 『그냥 가라 했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동안 낸 시집으로는 『살과 피』, 『토요일 한국학교』가 있다.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구모룡 평론가는 해설에서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이에게, 더구나 그가 시인이라면 시적 표현은 피할 수 없다. 강남옥 시인이 중년의 분주한 삶을 돌아보면서 시인으로 귀환한 일은 거의 필연에 가깝다”고 전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다 부주의한 생, 또 박았다
뒤 범퍼가 내 주먹만큼 꺼진 앞 차 주인
범퍼를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예기치 않게
관대한 생, 그냥 가라 한
다 또 들이박혀 입 딱, 벌어지는
트렁크 몇 번 닫았다 열어본다
열리고 닫히는, 충분히 충분한 생
그냥 가라 했
_「환(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