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삶의 일기책이다”
일상과 내면에서 빚어낸 진솔한 이야기
삶이 그림이 된 화가, 또 삶을 내적으로 푹 삶아내어 그림으로 그리는 화가, 김원숙은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담는다. 그렇기에 ‘그림 에세이’는 그의 그림 속에 압축해서 저장한 이야기들을 좀 더 살갑게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미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붓(Lyric Brush)’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을 출간한 바 있을 만큼 그의 그림에서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40년이 넘는 기나긴 타향살이 동안 주로 영어만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모국어인 한국어가 어눌해지는 게 안타까워 조금씩 쓰기 시작한 글들이 그림과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의 제목에는 이중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삶’은 ‘삶(life)’이자 ‘삶다(boil)’는 뜻을 거느리고 있다. 지은이는 삶을 조형적으로 숙성시켜 캔버스에 새로운 이야기 세계를 구현한다. 그런 만큼 지은이의 그림은 단순한 글의 도해물이 아니라 저자의 삶을 씨앗 삼아 보이지 않는 큰 세계로 이끄는 출발점이다. 모두 64편의 무르익은 생각과 동행하는 120여 점의 그림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삶의 질을 깊게 숙성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