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기다리고 즐기는 이들의 연쇄적 상상을 그려낸 그림책
어린아이들에게나 나이든 어른에게나 눈은 특별한 추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순백의 흰 빛깔이며, 부슬부슬 피어 있다 스르르 녹아 버리는 촉감이며, 차가울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만지고 싶어지게 만드는 모양새까지, ‘눈’ 한 글자에 담긴 심상은 실로 다양하다. 첫눈 내릴 때까지 손톱의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처럼 콕 박혀 주문이 된지 오래다.
『눈이 오면』은 눈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을 엮고 엮어 아기자기하게 펼쳐 놓은 그림책이다. 막연히 바라고 구하던 눈이 마침내 한 송이씩 땅에 닿은 그날, ‘눈이 오면 무얼 할까’에서 시작된 작은 생각들은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 같은 일상적인 놀이를 벗어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나간다. 누군가는 눈을 통해 사람을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고, 또 어떤 아이는 일 년 내내 기다려 온 놀이에 대한 기대감을 펼칠 테다. 『눈이 오면』은 눈을 매개로 상상의 세계를 펼치며 눈에 대한 오감의 기억, 추억과 기다림, 감성을 소환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