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리얼리즘의 탈북문학 통계에 의하면,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수가 2017년 말 기준으로 총 3만 1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새터민 또는 탈북자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문단에서도 탈북문학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의 대부분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저자들의 회고록이나, 한국 작가들의 취재에 의한 결과물이다. 북한에서는 조선작가연맹 소속 시인으로 활동하고, 탈북하여 남한에 정착해서는 소설가로 등단한 작가 도명학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상호 이해를 통한 공감과 소통을 향해 최고 지도자의 ‘선물’이 현장의 노동자들을 더욱 극한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현실을 담은 표제작 ?잔혹한 선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비정해지는 사람들을 그려낸 ?정 아바이네 집?, 말로만 듣던 정치범 수용소의 비인간적 실상을 드러낸 ?생일?, 역설적 상황 전개를 통해 북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재수 없는 날?, 북한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절망을 그린 ?책 도둑? 등, 도명학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은 낯선 타자이면서도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진다. 정치나 이념의 문제를 떠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수용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도명학 소설의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이탈한 사람을 ‘탈북자’, ‘탈북민’, ‘탈북난민’, ‘탈북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탈북자(the defectorsfrom the North)’라고 명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 가운데에는 북한의 삶을 문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하려는 작가들도 포함된다. 도명학은 북한에서 작가연맹 소속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다가 탈북하여 2006년 남한에 정착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탈북문학을 형성해온 패러다임은 그의 이 같은 경력과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 남한에서 창작되고 형성된 탈북문학이라는 개념과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북한 사회를 직접 경험한 작가들에 의해 재구성된 리얼리티와 현실성은 생활의 발견, 타자성의 발견으로 명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 작가들에 의한 채증과 증언의 문학이 ‘그들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분단 극복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북한에서 살았던 작가에 의해 그려진 삶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궁극적으로는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심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는 고립무원의 저쪽에 홀로 던져진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성찰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타자성으로의 ‘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나’와 무관한 대상이 아니라, ‘나’의 일부로 작용하는 타자성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분단의 극복은 생활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자들의 이해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의 기회를 늘려갈 때 가능할 것이다. 도명학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이제 조금씩 그 기회와 폭을 넓혀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한원균(문학평론가·한국교통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