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育(기를 육) 兒(아이 아)일까, 戮(죽일 육) 我(나 아)일까?
좀비가 된 채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 육아 현장의 생생한 보고서
창백하고 거친 피부, 뻣뻣하게 굳어 버린 몸. 주인공 해진 엄마는 어느 날 자기가 죽은 것을 깨달
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남편의 밥을 차리고,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한다. 죽어
서도 ‘육아’의 굴레는 끝나지 않는다. 아이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키워 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개인화된 요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집안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아이를 기르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은 대체로 엄마의 몫이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데 엄마인 ‘나’는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서, 아이를 돌보느라 자기를 돌보지 못한 엄마들은 말 그대로 ‘좀비’가 된다. 만화가 박소림은 판타지물이나 공포물에서 볼 수 있는 ‘좀비’ 캐릭터를 가져와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
루 버텨 내는 힘든 ‘육아’의 세계를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하지만 주인공이 좀비라 해도 단순한
공포물은 아니다.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집안일 때문에 지쳐도 아이 웃음 한 번에 사르르 녹아내리
는, 아이 재우고 맥주 캔 하나 따는 게 낙인 이 땅의 육아 맘들에게 바치는 육아 공감 만화책이다. 육아 우울증과 맘충, 독박육아와 외벌이, 친정·시댁 찬스와 황혼육아…. 육아의 낙인과 혐오를 넘어 공존을 꿈꾸는 이야기
그래픽 노블 《좀비 마더》에서는 육아로 지친 사람들이 좀비가 된다. 18개월 난 해진이를 키우는
해진 엄마도, 외벌이로 힘겹게 가정을 꾸려 나가는 해진 아빠도 좀비다.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와 함
께 살면서 손주를 돌보는 옆집 욕쟁이 할머니도 좀비다. 유독 가족 안에서 고립되거나 육아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이 좀비로 바뀐다.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남은 것은 죽은 몸뚱아리
와 키워야 할 아이, 그리고 갚아야 할 빚뿐인 현실을 ‘좀비’ 캐릭터로 적나라하게 꼬집은 것이다. 게
다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좀비’는 인간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로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다. 최근 우리 사회는 ‘노키즈 존’이나 ‘맘충’으로 아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해 낙인을
찍고 배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치 영화 속 좀비들을 격리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좀비 마더》는 출산 직후 당연하게 요구되는 ‘모유 수유’와 함께 뒤따르는 ‘모성’의 강요, 부부 사
이 육아와 집안일 분담으로 벌어지는 ‘독박육아’ 논쟁, 친정이나 시댁 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황혼육
아와 육아 우울증 등 육아를 둘러싼 모든 화두를 담았다. 그러나 이 책은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
보다는 공감과 공존을 이야기한다. 육아에 지치고 힘든 이들은 물론 우리 사회가 함께 읽어야 할 육
아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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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작품을 병행하며 4년 만에 완성해 낸 그래픽 노블 《좀비 마더》
만화가 박소림은 그래픽 노블 《엑스》를 그린 뒤 4년 만의 신작 《좀비 마더》로 돌아왔다. 만화가
들끼리 만든 어플리케이션 만화 잡지 〈우주 사우나〉 6호에 단편만화 ‘좀비 마더’를 게재한 뒤 4년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다듬고 그림을 그려 장편만화로 완성했다. 작가 본인의 육아 경험은 물론 온라
인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종합해 아이를 키우면 누구나 공감
할 이야기를 그려 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육아와 함께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
나가 4년 만에 장편만화 《좀비 마더》를 출간했다. 작가는 산후 우울증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여자들의 이야기를 신문 기사에서 읽고 그 여
자들을 껴안아 주려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2020년, 그렇지 않아도 힘든 육아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이 힘들어졌다. 《좀비 마더》는 이 땅의 모든 육아 맘들에게 모두 외따로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우리는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공감과 연대,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