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정선, 강세황, 최북, 김홍도, 신윤복, 김정희, 장승업, 그리고 위작의 세계
한국회화사의 ‘명화’와 ‘대가’, 그 ‘만들어진 전통’ 다시 보기
정선, 김홍도, 김정희, 신윤복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이에 더해 강세황, 최북, 장승업이라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어쩌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 회화사, 아니 한국회화사에 한 획을, 그것도 아주 굵직하게 그은 대가와 명화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간 한국회화사 연구자들은 안휘준의 『한국회화사』(1980)에서 배운 대로 대부분 양식사에 기반한 미술사학의 초기 방법론과 시대구분론에 연구의 근본을 두었다. 하지만 서구 학계에서는 관점과 관심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미술사 방법론이 등장했다. 작품 내용은 물론 사회경제적·정치적·문화적 배경, 의례, 여성 등 작품을 둘러싼 문화와 사유방식에 다각도로 밀착하려는 관점이 그것이다. 이에 이 책의 글쓴이들은 회화사 연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양식사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회화사를 볼 필요가 있다며 의기투합했다.
‘동아시아 회화사 연구1’로 출간된 이 책은 한국회화사를 공부하는 7인의 연구자들의 의욕이 낳은 첫 결실이다. 글쓴이들은 달항아리, 석굴암,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유명한 작품과 화가의 명성이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서구의 연구방법론을 적용하기에 앞서 한국회화사가 한국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내면부터 짚어보기로 한다. 이유는, 서구적 근대화의 추구와 민족주의의 의지를 안고 만들어진 우리 역사 속에 그림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상 작가는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추사 김정희, 오원 장승업 7인이고, 명작 못지않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위작(僞作)의 세계를 함께 조명하여 연구의 의의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