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이화형 교수가 조선의 기생 황진이를 조명하였다. 저자는 기생을 시대가 부여한 억압과 냉대 속에서 국가의 연예를 책임지고, 신여성의 등장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빼어난 미모와 고결한 인품, 호쾌한 성정을 자랑하며 풍류와 지성으로 한 시대를 살다 간 명기 황진이의 독특한 인생 여정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황진이는 주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으로 기생이 되었고, 마음에 드는 남성과 계약 동거를 하는 등 당시뿐 아니라 지금 관점에서 보아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가야금 연주와 시가 뛰어나 참된 예술가로 명성을 얻는가 하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호방한 성격이 이끄는 대로 만사를 떨치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녀는 세상의 규범과 신분적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여성이었다. 황진이는 진정한 멋과 자유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경계 없이 만났을 뿐만 아니라 풍류가 없이 명성만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 고고한 지성과 높은 도덕성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진이는 여성이자 기생이라는 신분적인 억압 속에서 자유롭고 진실한 삶을 구가하여 주체적인 삶을 이끌어가고자 한 ‘풍류적 지성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