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은 1921년 4월 25일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시와 술과 음악으로 삶을 살다가 1984년 12월 8일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김종삼은 시와 음악이 보여주는 초월적이고 순수한 예술의 영역에 매혹되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제물로 바친 시인이다. 일상인으로서의 생활 감각이 전무한 까닭에 말년에는 지독한 가난과 병고,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김종삼은 자신의 소멸해가는 육신을 넘어서 아름답고 신성한 초월적 세계를 꿈꾸었다. 이는 한국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고투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종삼의 시는 타락하고 비극적인 현실세계와, 가닿을 수 없는 절대순수 세계와의 간극에서 생성된다. 맑고 평화로운, 마치 진공(眞空) 상태와 같은 순수한 시 세계는 한국시사에 있어서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이다. 이해가 아니라 정서적 충격으로밖에 감각될 수 없는 영역이, 그의 시에는 있다. 그렇기에 김종삼의 시는 시대를 넘어 여전히 새롭고 아름답다.
-작가의 말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