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녀가 길어 올린 삶과 맛
- 구룡포, 호미곶, 영덕, 울진, 감포의 해녀들이 풀어낸 생생한 바다 이야기
‘구룡포의 시인’으로 불리는 권선희 시인이 경북 동해 지역의 해녀들의 삶과 이야기, 그들의 손에서 채집한 바다 먹거리에 얽힌 맛과 추억을 산문집 『숨과 숨 사이 해녀가 산다』에 담아 출간했다. 저자는 경북 동해 연안의 구룡포와 호미곶을 시작으로 영덕, 울진, 감포의 해녀들을 만나며 돌미역, 소라, 문어, 성게, 해삼, 군소, 멍게 등과 바다풀들,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 가는 동해 굴과 돌김 채취의 작업 과정을 구술로 담아 정리했다. 품목별 채취 방법, 유래 및 효능, 조리법, 해녀들이 사용하는 어구 및 용어 등에 대한 수집도 빼놓지 않았고, 저자가 접한 바다 먹거리들이 몸과 정신에 어떻게 배어들었는지, 그 맛이 어떻게 사람들의 오감을 매혹시키는지, 또 해녀들이 얼마나 강한 자부심과 연대의식으로 ‘해녀’라는 업(業)을 살고 있는지까지 구수한 입담과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 냈다.
이 책에 따르면 2020년 8월 말 기준으로 경북의 해녀 숫자는 총 1,493명이다. 포항이 1,068명으로 가장 많고 영덕 204명, 경주가 148명, 울진 63명, 울릉군 10명 순이다. 해녀의 인류학적 가치와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은 바다의 지형과 수산물의 분포, 생태계 변화까지 많은 자료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뿌리내린 한국 사회에서 경제 주체자로서 여성 인권을 향상시켰으며, 해녀들이 갖는 강한 공동체 의식은 인류학적으로 보기 드문 상생의 삶을 구현해낸다. 시인 권선희는 “세상이 발전을 거듭하고 인간의 능력을 한껏 과시하며 몸을 부풀릴 때에도 해녀들은 바다가 키운 것만을 감사히 받으며 살아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운명처럼 바다를 선택한, 바다가 받아 준 유일한 여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발로 뛰며 채록했다.
사실 저자는 2000년 봄, 딱 3년만 머물며 바다를 써 보겠다고 구룡포에 들었다. 하지만 깊디깊은 바다 이야기를 받아쓰기에 3년은 어림도 없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그곳에서 고래잡이를 만나고 배를 만드는 목수를 만나고, 오롯이 맨몸으로 바다로 들며 누이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해녀들을 20년 넘게 만났다. 그리고 아직도 써야 할 이야기가 남아서 도무지 구룡포를 떠날 수가 없다. 그에게 바다는 영영 마르지 않는 이야기이고 시(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