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어린이가 ‘문을 닫는’ 때가 찾아온다. 방문을 닫기도 하고, 말문을 닫는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어른들은 으레 사춘기라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 쉬운 단정은 자칫 어린이라는 존재, 어린이의 마음을 단순하고 납작하게 정의한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닫을 문이 생겼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가 생겼다는 의미다. 닫아건 문의 안쪽, 언뜻 고요해 보이는 그 마음속에는 수많은 말과 감정들이 가득하다.
『바람의 사춘기』는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수상 작가인 박혜선 시인이 오랜만에 내놓는 동시집이다. 박혜선 시인은 십여 년간 전국의 어린이들이 보내온 동시를 읽고, 함께 읽을 작품을 골라 어린이신문에 싣는 일을 해 왔다. 그런 그가 보여 주는 ‘사춘기’ 언저리의 시적 화자는 종일 마음에 바람이 부는 듯한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위로하기도 한다. 또한 어른들이 구획한 일상 속에서도 오롯이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사는 존재들을 생각한다.
『바람의 사춘기』에는 수년간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이야기 나누며 체득한 이해와 존중의 태도,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르고 고른 시어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같은 경험을 가진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시에 공감하고, 그 시를 통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공감’이 얼마나 큰 위로와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