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모, 노인 간병, 간병 살인…
죽음보다 깊은 가족 돌봄의 굴레
더는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만 하는 이야기
일본은 세계사에서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서 고령 사회Aged Society로, 이어 초고령 사회Super Aged Society로 접어들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는 수많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 독거노인, 무연고 노인, 고독사, 고립사, 노노老老 간병, 간병 이직, 노인 표류 사회, 노파 유기 사회 등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 없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현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이른바 ‘간병 살인’이다. 간병하던 이가 돌보던 이를 살해하거나 함께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뜻한다. 2020년 기준, 인구의 15.7%가 65세 이상이며 2025년에는 20.3%로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우리나라의 사정은 과연 어떨까?
『마지막 산책』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간병 살인’을 주제로 삼아 간병 가족의 현실을 조명하며 우리 각자가, 또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문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2006년에 50대 남성이 10년간 치매로 투병 중이던 80대 노모를 살해한 사건이 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이다. 이 사건은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예외 없는 패륜 범죄이지만, 그만큼 돌봄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10년도 훌쩍 지난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소환해 책으로 재조명한 데에는 그동안 가족주의에 기대온 돌봄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고발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미 독박 간병과 간병 살인이 한국 사회의 반복적 문제로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과 인식을 같이한다. 또한 코로나19를 통해 돌봄의 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도 기인한다. ‘돌봄의 사회화’ 요구가 더욱 커지는 요즘, 시의적절한 문제제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간병 살인을 다루는 방식도 주목할 만한다. 그림에세이라는 틀을 빌려 담담한 묘사와 절제된 문장으로 자칫 자극적이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에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끌어모은다. 여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은 우리가 돌봄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피게 한다. 이 책이 간병 살인을 둘러싼 돌봄의 문제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돌봄의 의무를 홀로 떠안은 간병 가족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돌봄’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원활하게 제공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