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정의周易正義≫, 새로운 ≪주역≫을 만나다 십삼경주소의 하나인 ≪주역정의≫는 위魏나라의 왕필王弼이 경문의 주注를 달고, 진晉나라의 한강백韓康伯이 [계사전繫辭傳]을 비롯한 십익十翼의 주를 달아 ≪주역주周易注≫를 지었는데, 이후 당나라 공영달孔穎達이 소疏를 붙여 완성하였다. ≪주역≫은 상고시대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된 문헌으로 한 사람이 지은 것도 아니고 한 시기에 완성된 것도 아니다. ≪주역≫의 작자에 대해서는 팔괘八卦를 복희씨伏犧氏가 만들었다는 설부터 시작하여,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만들었다는 설과, 공자孔子가 [계사전]을 비롯한 십익十翼을 지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모두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역정의≫는 오경정의五經正義의 하나로, 십삼경 중에서도 더욱 존중을 받았던 책이다. 원래는 전체 14권이었으나 후세에 10권으로 편집되었다. 공영달은 한대漢代 이래 여러 학자의 주석에서 왕필의 주가 가장 뛰어난 주석이라고 평가하여, 왕필과 왕필의 역학易學을 계승한 한강백의 ≪주역주≫를 채택하고, 아울러 한 구 한 구를 따라 소를 붙여 ≪주역정의≫를 완성하였다. ≪주역≫의 해석에 대해, ≪주역정의≫와 송대宋代의 ≪주역전의周易傳義≫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는데, 우리는 그간 ≪주역전의≫에 익숙해 있었고, ≪주역정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었다. 아마도 번역된 책이 없다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이 있을 터이다. ‘경전의 해석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현대 학계의 흐름상, ≪주역정의≫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주석서이다. ≪주역정의≫로 대표되는 고주古注와 ≪주역전의≫로 대표되는 신주新注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책이다. 따라서 ≪주역정의≫의 번역은, ≪주역≫ 연구자들에게 ≪주역정의≫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이해하여 전문적인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던 ≪주역≫ 고주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고주의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주역전의≫의 연구에도 훌륭한 참고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