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이 넓어지는, 책 여행의 즐거움!
까만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한 아이가 낮잠 시간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와, 서재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이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낮잠 시간이 있는 나라의 아이임을 알 수 있지요.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스레 울어 대는 뜨거운 한낮, 아이는 책 속으로 빠져듭니다. 평상시에 아빠가 손이 닿는 데까지 읽어도 좋다고 한 책들이지요. 그림이 있는 책도 있고, 꼬물꼬물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글자만 빼곡한 책도 있고, 아이를 칭칭 동여매는 책도 있고, 아이를 바람처럼 먼 곳으로 태워다 주는 책도 있습니다.
모두가 다 잠든 집 안과는 달리 집 밖에서는 자전거 소리, 기차 소리,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소리에 아랑곳없이 아이는 오로지 책만 읽을 뿐이죠. 책 읽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서재 방에서도 읽고, 부엌에서도 읽고, 정원 수풀 사이에서도 읽지요. 목욕할 때도, 잠자리에 들어서도요.
아이는 책을 통해 점점 더 넓은 세상을 알아 갑니다. 외투도 우산도 없는 여행입니다. 때로는 글자들의 수수께끼에, 책 속 미로에 빠진 것 같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는 매번 출구를 찾아냅니다. 책 여행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책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커다란 세상 앞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책 속에서는 산처럼 보이는 공룡의 등을 오를 수도 있고, 씨앗으로 변장해서 땅속으로 숨을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모험의 세계가 펼쳐지는 동안, 아이는 그저 조용히 앉아 글자를 따라 눈을 움직이고 책장을 넘기고 있었을 뿐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아이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커져 있을 터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 읽기의 즐거움이 마음에 와닿고, 자기만의 책 읽기가 하고 싶어지게 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