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는 단순한 생각은
이 책을 읽은 후 의문으로 바뀔 것이다
반도-구루메-테레지엔슈타트-아우슈비츠
전쟁의 참화 속에서 수용소 하늘 위로 울려 퍼지던
모순 가득한, 생존과 일상의 오케스트라 선율들
음악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일까, 사랑일까, 평화일까. 이 책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신이 구속되고, 나아가 극단적 처지로 내몰린 수용소 인간들에게 음악은 과연 어떤 의미였는가를 탐색한 문제작이다.
여기서 전쟁이란 전 인류가 관여되었던 제 1.2차 세계대전을, 수용소란 일본의 독일군 포로수용소들과 나치에 의해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저 비극의 장소 테레지엔슈타트와 아우슈비츠를 가리킨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수용소 하늘 위로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언젠가 엄밀한 자료 조사와 연구 끝에 ‘문제적 지휘자’ 안익태의 두 얼굴을 학계와 시민사회에 보고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언제나 그렇게 수용소들의 시공을 채우고 있던, ‘모순 가득한’ 음악의 얼굴에 주목한다.
그 음악은 선전을 위해 허용된 공간에서 수감 생활의 무료를 달래고 친교의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물론, 가장 처절한 폭력과 살인의 백그라운드 뮤직이 되어야만 했으며, ‘음악=밥’이란 표현처럼 생존의 수단이 될 수도 있었고, 동시에 처참한 지옥 바깥에 자유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었다. 수용소에서 음악은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화를 상징하는 음악과 폭력의 공간으로 대비되는 수용소. 이 모순 공존의 사건을 직시하면서 인간 역사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보자.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열일곱 번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