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가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36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1962년생 루마니아 작가 아글라야 페터라니가 독일어로 쓴 데뷔작이자 작가 생전에 출간된 유일한 단독 저서다. 이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폴렌타’는 옥수수 죽의 이름 중 하나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루마니아, 몰도바, 발칸 지역에서 먹는 이 죽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루마니아에서는 머멀리거라고 한다. 옥수숫가루와 소금과 물을 배합해 오래 끓여 최소한의 허기를 달래는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산문시처럼 문장과 단락이 불규칙적으로 나뉘어 흩어져 있는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글은 폴렌타를, 머멀리거를 닮아 있다. 스스로 잘 안다고 여겨 온 익숙한 모국어의 수사에 무의식적으로 갇혀 지낸 이들에게 이 글은 본연의 재료를 상기시킨다. 이 작가를 발견해 한국어로 소개하게 된 옮긴이 배수아의 표현에 따르면 “위대한 작품을 쓸 생각이 없는 작가에 속”하는 페터라니는 “급진적으로 생략”하고, “언어를 단순화하고 축소”하고, “항상 덜 말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