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원전과 탈핵, 평화의 서사를 구현한 에코 페미니즘 소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2021년 4월 26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3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6년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진압 및 복구에 동원되었던 20여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되었으며, 방사능 낙진은 전 유럽과 아시아 일대까지 영향을 미쳐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세계문학선] 네 번째 작품인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는 체르노빌을 상징하는 마을 ‘체르노보’로 귀향한 80대 노인 바바 두냐의 삶을 통해 잿더미 같은 현실을 딛고 서는 사랑의 기적을 담아낸 소설이다. 원전 사고의 비극은 인간이 지닌 이성중심주의와 성과주의, 더 거슬러 올라가면 폭력성을 내포한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것이며 마을 체르노보와 그곳에서 사는 여성들은 모두 동질적 존재이다. 원자력 발전소와 권위적인 남성 중심 문화가 만들어낸 허구성은 원전 사고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철저하게 그 참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참상을 극복하는 힘은 작고 약한 것처럼 보이는 생명(바바 두냐)으로부터 태어난다. 바바 두냐의 손에 그려진 문신이 눈동자로 변하는 모습은 가부장제가 어떻게 에코 페미니즘으로 극복되는가를 상징하며, 진정한 우리 시대의 문학적 위상을 보여 준다.
이 책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알리나 브론스키(Alina Bronsky)는 1978년 구 소련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독일 작가다. 그는 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광고 카피라이터, 편집자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데뷔작 『쉐르벤파크(유리 파편 공원)』(2008)는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단숨에 독일 현대문학의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데뷔 소설은 다양한 문학상을 비롯해 특히 2009년 독일 청소년문학상과 아스펙테 문학상의 후보작에 올랐다. 연극과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어느덧 현재 독일어 수업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도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