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소설

Elly
- 작성일
- 2017.12.14
[eBook] 굿바이 미스터 칩스
- 글쓴이
- 제임스 힐턴 저
문예출판사
# 작가의 다른 작품
잃어버린 지평선
# 읽고 나서.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브룩필드에서 온 생을 바쳐 많은 아이들의,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주었던 미스터 칩스의 긴 인생을 짭은 글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가 브룩필드에서 10년을 보낸 1880년경, 다른 곳으로 영전되어 갈 가망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 당시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차츰 그의 마음속에 안온한 위안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나이 40이 되어 이곳에 아주 뿌리를 박고 딴 생각을 먹지 않으니, 그의 생활은 한결같이 즐겁기만 했다. 50에는 수석 교사가 되고, 60이 되었을 때에는 젊은 신임 교장 밑에서 브룩필드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처음 그의 특별나지 않은 인생은 왠지 우울했다. 선생이 되었고, 교사의 길을 선택하며 분명 꿈도 많았을 테지만 10년쯤 지나고 나서 스스로 본인이 똑똑하거나 특별나지 않아서 더 위로 올라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40세, 50세, 나이를 먹으면서 내 자리는 그냥 여기구나 하고 안주한다. 아마 TV나 책에서 만나는 '성공한' 누구누구가 아니라면 다 이런 비슷한 인생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친근감이 들면서도 씁쓸했다. 내 자리는 여기구나 하고 '깨달아야 하는 순간'이 나에게도 오겠지. 아니 이미 왔어야 하는데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거기'까지 였다고 '위대'하다거나 '훌륭'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의 직위는 거기까지였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빠처럼 챙기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심지어 은퇴한 후에도 차와 다과를 대접하며 아이 하나하나를 다 챙기는 모습은 '훌륭'했다. 교사로 직책이나 직위가 아니라 본인의 소명의식에 이만큼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자질구레한 사건들이 과거라는 무덤 속에 깊숙이 파묻혀버렸는지 - 한때 매우 긴박하던 문제들, 한때 핏대를 올려 가며 내세우던 주장들도, 또 회상만 해보아도 우스꽝스런 가지가지의 일화도 - 그 마지막 흔적이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져갈 때 거기 진실로 무슨 감동이 일겠는가?
젊은 아내를 맞이하고 조금씩 유연해지며 행복해하던 그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와 함께 죽은 아내. 아무것도 없이 '학생들'만이 그에게 남은 전부라며 인생을 학생들을 위해, 브룩필드 학교에 올인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처 챙기지 못한 학생을 불러 차를 대접하고 마음을 다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제자의 '굿바이 미스터 칩스' 한마디가 그의 아내와의 만남과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잠든 듯 생을 마감한다.
고지식하고 유연하지 못한 수업방식을 고수한다 젊은 교장에게 퇴직을 종용 받지만, 그 누구보다 학생들의 이름을 많이 알고,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거라 확신하는 그의 모습은 든든했다. 나는 이미 늦었고, 내 아이가 이런 스승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
굉장히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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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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